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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텔이야기

모텔 카운터 에피소드 2

by 미니덤 2022. 4. 27.

2021년 여름쯤 있었던 일이에요.

특별히 진상이나 문제 일으키시는 분도 없어서 무난하게 대실 손님 끝나고

숙박 손님으로 만실 채우진 못했지만 목표 매출 채울 정도로 손님들 잘 들어온 날이었죠.

그 당시에는 거리두기 때문에 보통 새벽 2시면 숙박 손님이 더 들어오질 않아서 카운터에 앉아서

넷플릭스 보면서 손님 기다리다가 대충 새벽 2시 반쯤 휴식 중 팻말 세워두고 카운터 뒤쪽으로 가서 쪽잠 청했습니다.

 

그런데 새벽 4시쯤에 객실에서 전화가 오더라고요.

그래서 전화를 받아보니 누군가 밖에서 자꾸 문 두드리고 벨 누른다고 하는 거예요.

그렇다 보니 일단 CCTV를 확인해 보았습니다. 그런데 그 객실 앞에는 아무도 없는 거예요.

혹시나 해서 다른 쪽 CCTV를 확인해 보니......

어떤 여성분이 나체로 정말 실오라기 하나도 안 걸치고... 복도를 돌아다니고 계신 거예요.

일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어서 저도 당황해서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면서 상황을 지켜봤어요...

이 사람이 왜 옷을 벗고 복도를 돌아다니는 거지?

무슨 일이 있는 건가?

생각이 들면서도 전화가 왔으니 빨리 처리해야 하는데...

저러다가 다른 손님이랑 마주치기라도 하면 일이 더 커질 것 같은데...

이런 생각 때문에 일단 가봐야겠다.

생각하고 가려다가 또 갑자기 드는 생각이 괜히 갔다가 일이 복잡해질 수 있을 것 같은 거예요.

그냥 가다가 소리라도 지르면 손님들 나올 테고 괜히 오해받을 것 같고 머리가 복잡해지더라고요.

 

다시 천천히 생각하고 저분이 어디 객실에서 나왔나부터 확인했어요.

CCTV 돌려보니 찾을 수 있었죠 그래서 그 객실에 전화하려고 맘먹고 전화기를 들었는데

생각해보니 보통 연인들이 오는데 "지금 그쪽 일행분이 나체로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어요".라고

말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여성분 상황이 이상해질 것 같은 거예요.

고민하다가 그래도 내가 찾아가서 일면식도 없는 나체 여성분을 마주 하는 것보다는

그냥 전화 하는 쪽이 더 나은 것 같아서 그냥 전화하자라고 맘먹고 전화를 걸었죠...

그런데 안 받아요... 자는 건지 일부로 안 받는 건지...

 

그래서 어쩔 수 없이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준비를 했어요..

여성분 몸을 가릴 수 있는 목욕가운부터 챙기고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 어는 정도 다시 생각해보고

어떻게 하면 그 상황을 최대한 피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고...

CCTV로 어디쯤 계신지 파악하고 근처로 가서 꺾어 들어가는 부분 앞에서 불렀어요.

가운 내밀고 고개 돌리고 있었는데 손에 있는 가운 가져가는 게 느껴지더라고요.

 

그리고 뒤돌아서 바로 카운터로 왔습니다.

약간 긴장 반 걱정 반 하면서 대기하고 있었죠... 그냥 방으로 들어가라 생각하면서...

그런데 카운터로 오고 있는 거예요.

불안하다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마주하게 되었죠.

여성분은 고개 팍 숙이고 저한테 와서 '정말 감사합니다.' 하시길래

저는 속으로 '아~ 다행이다 끝이구나' 생각 들면서 괜찮다고 했습니다.

그런데 여성분이 안 가고 카운터 앞에서 우물쭈물하시는 거예요.

일단 "혹시 방이 어딘지 잃어버리신 건가요?"라고 물었죠.

그건 아니고 방문이 잠겨서 못 들어가신다고 그러셔서

아! 그럼 제가 가서 문 열어 드린다고 하고 나와서 같이 방으로 가려고 했는데

그런데 갑자기 여성분이 또 죄송하다고 하시길래 아니 뭐 괜찮다고 하고 가려고 하는데

다시 불러서 고개 푹 숙이고 얘기하시는 거예요 그 죄송한 일이 하나 더 있다고...

네? 하고 대답하니까 저쪽 복도 쪽에 소변을 봤다고 얘기하시는 거예요.

순간 10초 동안 당황해서 아무 말 못 하고 있었는데...

정말 죄송하다고 자기가 치운다고 하시길래

그래도 어느 정도 개념이 있으신 분이구나 생각이 들어서 그래도 얘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

그냥 방 문 열어들이고 보내면서 어쨌든 여기 관리하는 건 제가 하는 일이기도 하고

여성분이 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않은 상태라 불안하다고 얘기하니까

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하다고 하고 들어가시더라고요.

그리고 가서 치우는데 솔직히 자다 일어나서 이게 뭔 일이냐 생각 들면서 냄새도 생각보다 많이 나고 짜증 나더라고요.

복도 창문 다 열고 대걸레 닦고 다시 빨아와서 닦고 방향제 뿌리고 마무리하고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와서 지쳐서 쉬다가 잠들어서

8시쯤 일어나서 카운터에서 앉았는데 팻말 뒤쪽에 비타 500이랑 종이가 있더라고요.

 

확인해 보니 그 여성분이 놔두고 가셨습니다.

화장실인 줄 알고 문 열고 닫았는데 밖으로 나온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쓰여있었습니다.

 

그리고 이제 퇴근 전에 다음 근무자분이랑 사장님한테 이런 얘기했더니 1~2년에 한 번 꼴로 이런 상황이 생긴다고 

대수롭지 않게 얘기하시는데 저는 정말 얘기로만 듣던 일을 실제로 겪어보니 그 당시에는 정말 이런 일이 실제로도

있는 일이구나 하며 신기했죠.ㅋㅋ

그리고 지금까지도 일하면서 느끼는 것은 그분은 정말 매너가 좋으신 분이었다는 것입니다.

정말 모텔에서 일하다 보면 별별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.

오늘은 여기까지....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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